한국에서 출산 후 산모가 먹는 음식으로 잘 알려진 미역국에는 흥미로운 기원이 숨어 있다. 흔히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먹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실제로는 바다에서 미역과 해조류가 고래의 먹이원이 되기도 하고, 산후 회복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다는 점에서 유래된 문화적 전통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와 인간의 오랜 인연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약 5000년 전 새겨진 이 암각화에는 귀신고래, 범고래, 혹등고래 등 다양한 고래의 모습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당시 울산 일대는 고래가 자주 출몰하던 곳이었고, 원시인들이 이를 사냥하거나 생활과 연결 지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포경선이 잡으려 해도 마치 귀신처럼 잘 도망간다고 해서 붙여졌다. 우리말로는 쇠고래라고도 불리는데, ‘쇠’는 ‘작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한국 학계에서는 1912년 처음 귀신고래가 발견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후 연구자들이 이들의 습성과 먹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 속에 해조류가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미역을 먹는 나라는 많지만, 산후조리 음식으로 미역국을 먹는 문화는 한국이 유일하다. 산모가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전통은 고래의 습성과 자연치유의 지혜를 본떠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역은 철분과 칼슘, 요오드가 풍부해 산모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미역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고래와 바다, 그리고 오랜 인류의 생활 지혜가 담긴 상징적인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산후조리 음식으로 미역국을 먹는 풍습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